추석연휴를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명절을 맞이할 때마다 명절의 느낌을 경험합니다. 13년 동안 해외생활을 할 때 한국 T.V.를 보면서 명절의 교통 막히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냥 명절이구나 하고 뉴스만 보고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명절에는 ‘고향’을 생각하면서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전통입니다. 최근에는 ‘고향’이라는 의미가 점점 상실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같이 시골에서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지내고 도시로 상경해서 살던 시대가 이제는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3~40대 이후로는 대부분이 도시에서 출생해서 도시에서 자랍니다. 또한 언젠가 통계에 보니 2년마다 전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동창’이라는 개념이나 ‘동문’이라는 개념도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고향을 방문하더라도 과거처럼 어렸을 적 동무들을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외국생활을 할 때 ‘설날’과 ‘추석’에 ‘한복’을 입고서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때마다 성도들이 “목사님께서 한국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고향이 그리워서 그러시지요~”라고들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성도들에게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그곳에서 자라고 태어난 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심어주고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생각대로 외국생활에 지친 이들과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1.5, 2세대에게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도록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사역을 할 때 교인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니 한국에 다니러 가시지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고향이 없어졌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한국방문 중에 고향을 방문해보아도 지역의 풍경이 바뀌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서 고향의 푸근함을 느껴보려고 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더라는 이야기 또한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산과 논밭이 사라지고 그곳에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고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 고향은 장소가 아니라, ‘부모님의 품’입니다. 어떤 분에게는 이제 자신이 자녀들의 고향이 되어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에게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향의 포근한 품을 느끼게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추석 연휴를 지내면서 고향을 찾으면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고향이 되어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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