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딱히 어떤 주제로 목회칼럼을 써야 할지 글머리가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다가 글이 이어지지 않아서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말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망설이다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기후가 쌀쌀하게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같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금요일에는 한 여름의 무더위와 비견될만하게 더웠습니다. 거기에 가을 햇살이어서 눈부심과 따가움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햇살을 맞고서 곡식과 과실이 무르익어 가겠지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인생도 가을처럼 ‘풍성’하고 ‘무르익어 가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종종 운동을 하거나 길을 가면서도 너무 급하게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을 목격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을 넉넉하게 살피지 못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수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무르익는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보니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유라는 것은 자신이 걸어가는 삶에서 앞만 바라보고 살기보다는 혹은 쫓기듯이 사는 삶과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목적 중심의 삶에서 ‘주위를 느긋하게 돌아보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어쩌다가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제 모습을 거울로 보니 얼굴에 미소가 슬며시 깃들어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텐트를 치고 하루를 먹기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여유’가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은 앞만 보고 오던 삶에서 잠시의 ‘브레이크 타임’(쉼)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행도 ‘일’로 합니다. 심지어 밥을 먹는 일도 ‘식사(食事)’ 곧 ‘먹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먹는 것도 즐기기 보다는 전투하듯이 먹어 치우곤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여유’ 곧 ‘먹는 즐거움’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땅에 ‘여행을 왔다.’고 말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유’는 곧 사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는 것이 전쟁 같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매일 사는 삶이 즐겁다.’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믿음을 따라서 살아가기에 주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여유를 통해서 인격의 무르익음 또한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온유하고 바르며 정직하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는 삶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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