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가을의 모습입니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가득 물들고 있고, 가로수의 잎은 조금씩 색깔이 변해갑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기는 하지만, 참 산천이 아름답고 청명한 하늘이 고즈넉하게 느껴집니다. 가을을 가리켜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사계절 중에 가장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서 우리에게 뽐내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자연적인 이치이지만, 그러한 자연의 법칙이 깨지지 않고 순리대로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말씀뿐만 아니라 자연과 일상 속에서 ‘묵상’이라는 영성이 있습니다. 묵상이라는 말의 원 뜻은, 소가 풀을 뜯어먹고, 한가한 시간에 되새김질을 합니다. 되새김질을 통해서 완전하게 소화시킵니다. 여기에서 ‘묵상’이라는 단어가 왔습니다. 곧 묵상이란 되새김질을 통해서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소화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냥 하나님의 말씀을 귀로만 듣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되새기면서 자신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믿음은 곧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의 일하시는 손길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상의 삶은 예배를 중심으로 하여 삶의 자리에서 매일 주시는 말씀을 되새김질 하면서 자신에게 적용하는 ‘묵상의 영성’으로 살아갑니다. 묵상을 통해서 매일 자신에게 주시는 주님의 메시지를 듣고 깨달아 주님을 닮아가며 주님이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면서 살아갑니다. 주님께서는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시지만, 때로는 삶의 자리에서 일상의 깨달음을 통해서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른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성경 말씀에 대한 바른 이해입니다. 성경에서 주님께서 하시는 메시지를 바르게 깨달음이 곧 묵상과 적용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회당’을 중심으로 하는 ‘모이는 교회’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흩어지는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회는 모였다가 흩어지는 곧 부름받은 이후에 세상으로 파송받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흩어지는 모습은 사명을 따라서 삶의 자리로 가기 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삶의 자리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코로나 19 시국을 거치면서 교회의 모습에는 ‘모이는 교회’의 모습이 흐트러져버렸습니다. 모임 그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사회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입니다. 세상은 더욱 삶을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탄은 이러한 세상의 문화를 이용해서 믿음생활을 깨뜨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편함과 편리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랑의 섬김’이 있는 끈끈한 사랑의 공동체로 교회가 세워져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