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의 모습이 사라진 듯하여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설명절도 그러하거니와 학생들의 졸업식이 그러합니다. 예전에는 졸업시즌이라고 하여 여기저기에서 졸업생에게 줄 꽃다발이며 선물을 들고 가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방학이나 졸업식 모두가 학교의 사정에 따라서 진행됨으로 인해서 졸업시즌이라는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꾸만 편리함을 내세우다보니 정작 형식은 구시대적이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입니다. 마치 음식을 준비해서 내놓을 때도 예쁜 그릇에 담아서 내어놓으면 더 먹음직스럽고 정갈하게 느끼게 됩니다. 형식이라는 것을 잘 사용하면 좋은 내용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의 몸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행동양식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배에서도 형식이라는 것을 ‘예전(禮典, liturgy)’라고 합니다. 예전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의 고백을 상징화하고 주님을 향한 여정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예전은 이방 종교의 ‘의식(儀式, cult)’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이며 주님의 십자가 사건의 ‘현재화’입니다. 젊은 세대는 전통예배에 대한 인식을 형식에 치우쳤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기성세대는 열린예배에 대하여 감정에만 치우쳤다고 치부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전통’이라는 것을 ‘틀에 박힌 구태의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것에 대한 사전적인 이해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은 과거 지향적이거나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지키는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한국의 음식이 굉장히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외에 수출된 음식을 먹어보면 무엇인가 조금은 부족한 듯 하여 한국음식을 흉내만 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인 ‘김치’가 그러합니다. 우리가 알기로 김치는 항상 빨간 고춧가루를 사용해서 비벼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빨간 김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고추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로 149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으로 가져간 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알려집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된 시기는 임진왜란 때로 알려집니다(제가 고등학교 때도 종종 시험문제로 출제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인 김치도 그 시대의 것을 잘 받아들여진 ‘퓨전음식’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하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예배의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고서 그 시대와 문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배가 과거에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통은 우리의 뿌리이며 정체성입니다. 그래서 전통예배는 우리 신앙의 뿌리이며 정체성입니다. 그래서 이 신앙 속에 오늘의 고백을 잘 담아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