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이 왕으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제자들과 백성들이 기뻐하면서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서 흔들었습니다. 그 사건을 교회력으로 지키면서 주님이 이 땅에 세상의 왕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오셨음을 감사로 맞이합니다.
종려주일이 마쳐지고 나면 ‘고난주간’입니다. 주님께서 일주일 동안 예루살렘에서 지도자들과 각을 세우시어 개혁되기를 바라셨던 모습과 주님을 죽이고자 하는 온갖 협잡을 일삼았던 시간, 그리고 실제로 주님께서는 그들에 의해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이 고난주간은 주님의 고난을 다시금 깊이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의 죄가 얼마나 크며, 주님의 고난 속에서 침묵함으로 지도자들의 잘못된 일에 동조하였던 일반 백성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임을 고백하며 회개하는 시간입니다.
고난주간을 지킨다고 해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니, 주님의 고난에 우리는 한 치라도 동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고난이 나와 인류의 죄로 인함이었음을 깨닫고 회개하는 한 주간입니다.
우리나라는 비기독교 국가이기 때문에 고난주간을 ‘개인의 영성’과 ‘교회 프로그램’으로만 지켜집니다. 그러나 서양의 기독교 국가였던 나라들에서는 금요일은 ‘성 금요일’이라고 해서 휴일로 정하고 모든 오락을 금합니다. 심지어 식사까지도 절제하며 금식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시각에는 주님의 장례 행렬이 시내 도로에서 재연됩니다. 그 시각에는 시내에 차도 다니지 않고 도시가 정말 죽은 것 같이 고요합니다. 심지어 그 시각은 커피숍이나 식당까지도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주님의 십자가의 장례 행렬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난주간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제 고난주간을 맞이해서 ‘특별 새벽기도회’를 합니다. 주님이 당하신 십자가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회개의 자리’에 서야 할 것입니다. 나의 죄 때문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죄 때문에, 인류의 죄 때문에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를 입은 우리이기에 주님의 고난이 나 때문임을 자인하면서,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참회와 새로운 삶으로의 결단으로 이어지는 한 주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고난 주간에는 대예배실에서 새벽기도회가 있습니다. 매일 하실 수 있으면 좋고, 혹시라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단 하루라도 교회당에 나와서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기도하는 자리에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