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장맛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이곳저곳에서 산사태나 하천의 범람 등으로 인해 가구와 농작물의 피해에 대한 뉴스를 계속해서 듣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동산 진입로가 물살에 씻겨져 콘크리트 밑이 유실되어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담당 장로님의 발 빠른 대처와 수고를 통해 속히 복구가 되었습니다. 동산을 매입하고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생활에서 처음으로 겪는 일들이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이상기후가 그러하고 개인의 삶에서도 처음 접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30여년 만에 동창을 만났습니다. 신앙생활을 하기에 목사가 된 저를 더욱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지금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를 하고 있는데, 유학생활 가운데서 IMF를 맞아서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시립극단에 문을 두들겨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생활을 28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먼 외국에서 학업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이제는 어엿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른 동료들이 너무 굳은 인상이라서 상당히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항상 고민 속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지금 되돌아보면, 앞길이 막혔고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길이 자신의 인생의 최고의 길로 인도하심이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다른 음악과 동기들 중에 유일하게 자신만이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길을 찾고자 했다면 음악을 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을 하더군요.

오늘 우리도 그러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접하는 상황은 막막할 수 있고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한 처절한 투쟁 속에서 선택한 삶의 무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전문가가 되고 세상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은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 보다는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하면서 더욱 열심을 내어야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다는 고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열심을 다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하심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길은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되돌아가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면서 끝없이 두드릴 때 도우심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고난이 삶의 무게로만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때는 고난의 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이 나를 키우고 훈련시키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대를 탓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자포자기해서는 아니 됩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삶의 무게나 고난이 고난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인도하시고 은혜 베푸심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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