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주안애 교회 설립 24주년 기념일입니다. 지난 2000년 10월 셋째 주에 조명웅 원로 목사님과 교우들이 함께 ‘대전 서서문 교회’라는 이름으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잠시 교회의 연혁을 살펴보았더니, 예배당 건축과 동산 구입과 예배실 공사, 그리고 지금의 현 장소로 예배당을 이전한 일들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습니다. 역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는 가운데 기록되어집니다. 지금의 교회의 모습이 있기까지는 다른 사람을 몰라도, 각자가 어떤 역할을 감당했고, 어디에 손 떼가 묻었는지를 자신은 알 것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시간에 나를 사용하시었고, 그때 부르심에 따랐기에 “지금”이 있습니다.

또한 교회의 기틀을 마련해 가면서 외적인 건물만이 아니라, 직분자를 임직하는 사람을 키우는 사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믿음생활을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역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모든 시간들이 ‘주님의 은혜’였음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백할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안타까움들도 보입니다. 함께 신앙생활 하는 분들이 주님의 품으로 떠난 일이나, 이사나 피치 못할 사정 등으로 함께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저는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분들이지만 말입니다. 교우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분을 보면 그분과 얽힌 이야기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결국은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우리는 역사를 써 나가는 중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 두 가지입니다. 크로노스라고 하는 ‘연대기적 기술’입니다. 이것은 그냥 몇 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단순한 역사입니다. 그러나 좀 더 중요한 것은 ‘카이로스’라고 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성경에서 카이로스적 사건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출애굽 사건’,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오순절의 성령 강림’이 매우 교회사적으로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개인적인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아브라함, 모세, 선지자들, 세례 요한, 바울 등의 이야기가 개인적 카이로스입니다. 이러한 개인적 카이로스가 쌓여서 하나님의 구원 역사와 교회의 역사가 형성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예배하면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고 나아가는 시간이 쌓여 언젠가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된다는 말입니다. 마치, 우리 교회의 설립 기념일이 있고, 그 여정 속에서 함께 했던 은혜의 시간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

Scroll to Top